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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화합의 원리

작성자 새로나병원 작성일20-08-05 08:24 조회3,2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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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병원 장광식 원장
새로나병원 장광식 원장

 [의학칼럼] 화합의 원리

 

 

[동양뉴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소중한 줄 알면서도 우리는 매번 특별하고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


필자는 10년 넘도록 이른 아침 6시 30분이면 병동 회진을 나선다. 환자분 한분 한분께 문안 인사를 하며 특이사항을 체크 하는 수준의 회진이지만 내게는 가장 중요한 일상 중 하나이다. 회진 후에는 욕창 환자의 드레싱이 이어진다.

욕창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신체 한 부분의 지속적인 압력 때문에 순환장애가 발생하여 조직 괴사가 일어나는 것을 이야기 한다. 스스로 자세변경이 어려운 중추신경계 환자들은 오랜 병상 생활에 잠시라도 방심하면 욕창이 발생하게 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하지 않으면 피하에서 시작된 괴사가 조직, 뼈까지도 썩게 만든다.

때론 욕창이 진행되면 겉에 상처는 없지만 붉은 피부가 검게 변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괴사 진행 정도가 보이지 않기에 겉피부만 소독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안에 조직은 이미 썩어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필자는 그런 환자분들의 피부를 사정없이 도려낸다. 안에 썩은 조직을 도려내고 상처 소독을 하면 환자분이나 보호자분은 왜 전보다 상처가 더 커졌는지 의아해하며 치료에 대해 미심쩍어 한다. 욕창 단계를 설명하고 상처치유를 위해 썩은 조직 제거의 중요성을 설명한 후 환자에게 치료의 협조를 구한다.

상처변연절제술과 상처소독은 의료진이 하지만, 환자분이 영양상태가 좋지 않거나 한 자세로 지속적 압박이 가해지면 치료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치료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 환자분들도 치료회복을 돕기 위해 충분한 영양섭취와 빈번한 자세변경을 함으로써 치료과정에 협조적이 된다.

필자는 이런 치료적 상황을 만날 때면 고사성어 중에 줄탁동시(啐啄同時)가 생각난다. 닭이 알을 깰 때에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하여 어미 닭이 밖에서 껍질을 쪼아 깨뜨리는 것을 알 속 병아리도 동시에 함으로 부화를 돕는다는 것이다. 어미닭이 아무리 열심히 밖에서 알을 쪼아도 알 속의 병아리가 함께 쪼지 않으면 새끼병아리가 밖으로 나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욕창 치료도 마찬가지이다. 의사가 아무리 실력이 좋고, 치료를 정성껏 해도 환자가 스스로 나으려는 의지를 갖고 협력해주지 않으면 치료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단 욕창치료뿐이랴, 질병치료의 전반적 과정이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의 협업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필자는 화합의 원리로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이러한 논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 전반에 적용할 수가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요즘같이 감염병 여파로 전 세계가 어려운 시기에는 정부와 국민, 고용주와 노동자, 교사와 학생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위기극복을 위해 협력하고 화합한다면 오히려 더 나은 사회로 발돋움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가 우리를 불안하게 하지만 내게 응원의 한마디 해줄 내 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불평과 불만, 갈등과 불신, 분열을 가져다주는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화합할 상대가 누구인지를 인식하고 서로 돌아보며 힘이 되어주는 사회가 되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래본다.


출처 : 동양뉴스(http://www.dynews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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